원제 : 게임 속 전사가 되었다

작가 : 컵라면.

출판사 : 문피아

연재 : 2019. 05. 27 ~ (158화 연재 중)

키워드 : 게임 빙의, 차원 이동, 정통 판타지, 야만전사, 잔혹함, 게임 속 세상, 모험, 상태창

 

 

줄거리

어떤 게임을 하든 우락부락한 상남자 전사 캐릭터만 고르는 특이한 취향의 30대 아저씨.

 

어느 날 별생각 없이 반값 할인으로 산 게임에서 여느 때처럼 힘 스탯만을 올인한 야만전사를 캐릭터를 생성하게 되는데

 

캐릭터 생성창을 누르자마자 그는 게임 속 세상, 그가 직접 만든 야만전사의 모습으로 눈을 뜨게 된다.

 

 

Opinion

'컵라면.' 작가는 분명 준수한 필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필력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마다 그 정의가 제각각인데, 분명한 것은 이전 리뷰한 '재벌집 막내아들'의 '산경'같은 작가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리뷰한 산경 작가의 글은 평범한 소재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흡입력을 보여준다. 작가가 독자가 어느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 잘 파악하고 있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 작품은 그렇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쉽게 읽힐 만한 깔끔하고 간결한 문장과,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군더더기 없는 전투 묘사는 분명 이 작품의 매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상은 보여주지 못한다. 고의적으로 절제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포인트를 캐치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글의 흡입력이 다소 부족하다. 매력적인 글의 서사, 캐릭터성,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의 부재가 그 주요 원인이다.

 

물론 이 정도만 하더라도 최근처럼 양작이 드문 시기에 퀄리티면에서 충분히 순위권에 드는 작품이다. 다만 글의 퀄리티가 준수해 조금만 더 잘 썼으면 하고 기대하게 되는 만큼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등장인물

· 발리안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30대 배불뚝이 아저씨였으나, 반값 할인으로 구매한 아르메니아 RPG의 야만전사 캐릭터에 빙의하게 되었다. 악마도 괴물도 요정족도 그야말로 단칼에 '반갈죽' 시켜버리는 괴력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이 발리안이라는 캐릭터다. 타고난 괴력으로 그 어떤 적이든 정수리를 도끼로 찍어내려 버리는 호쾌함은 분명 꽤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마치 원펀치맨이 펀치 한방에 어떤 적이든 때려눕히는 것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뿐이다. 주인공이 적을 죽이는 데서 어떤 특별한 주인공의 신념이나 내적 동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생존이 지상명제인 중세 판타지 세계관에서 단순히 적이니까 죽인다는 것은 특별히 납득하기 힘든 이유가 아니다. 하지만 30세 나이의 현대인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합리적인 자기 방어가 아닌 사이다패스 킬링머신이 언뜻 보이는 건 나뿐일까.

 

또한 스토리 내내 계속되는 주인공의 수동적 행보는 그의 뛰어난 능력과 큰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주인공이지만 아무것도 목표로 하지 않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진 않는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명확한 목표를 갖고 사는 것은 아니며, 주인공 나름대로 적들을 쳐 죽여 착실히 강해진다는 목표가 있긴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무엇인가 거세된 것 같은 어색함은 지울 수 없었다.

 

 

세계관 및 설정

· 현실적인 중세 판타지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요정족(엘프에서 따온 듯)도 등장하고 드워프도 등장하고 마탑이라던가 용족이나 신, 악마도 등장한다.

거기에 독특한 고유명사와 함께, 마법을 사용할 때 십수 년 전 유행하던 슬레이어즈식 주문 영창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세계관에 대한 작가의 현실적인 묘사와 더불어 어느 정도 오리지널리티가 느껴지는 세계관은 분명 평범한 양판소와 이 작품을 구분 짓는다.

 

 

단점

· 캐릭터성의 부재

주인공을 포함한 대부분의 캐릭터가 그야말로 밋밋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주인공의 상남자식 야만전사 아이덴티티는 확고하며,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인공의 성격은 그렇지 않다. 수동적이며 목적의식이 없으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작가가 고의적으로 야만전사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려고 했다면 납득은 가능할 것이다.

 

· 빈약한 인물 묘사

기본적인 작가의 묘사는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유독 서술을 꺼리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인물에 대한 묘사이다. 뛰어난 전투 묘사와 비교하여 괴리감 느껴지는 빈약한 캐릭터 묘사는 나로 하여금 별 생각이 다 들게 하였는데, 최근 페미니즘 진영에서 걸고넘어지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 같은 문제 때문에 일부러 이런 식으로 묘사를 제한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캐릭터성의 부재에 큰 기여를 하는 부분이다.

 

· 메인 스토리의 부재

주인공이 별 목적의식이 없는 만큼 메인 스토리 없이 이리저리 치이는 대로 스토리가 흘러갈 뿐이다. 물론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작품을 보는 중간중간 왜 이 작품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하는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 긴장감의 부재

주인공이 너무 강하게 설정되어 있어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긴장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독자로 하여금 글을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요소가 바로 이런 것들인데, 이 작품은 긴장감이 부족해도 너무나 부족하다. 물론 긴장감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요소로 그것을 채우는 경우도 많다. 누구도 예측 못한 세계관이나 독특한 설정 혹은 개성적인 캐릭터성만으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경우도 몇 존재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작품은 그에 해당하진 않는다.

 

 

총평

장단점이 너무나 뚜렷한 야만전사 발리안의 이야기. 아직 백 수십 화 밖에 연재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개선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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