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디펜스

원제 : 던전 디펜스

작가 : 유헌화

출판사 : 영상출판미디어 / 노블엔진

연재처 : 조아라, 리디북스 등

출판  : 2014. 07. 13 ~ 2015. 11. 16 (구판) / 2016. 01. 27 ~ 2017. 10.12 (신판)

키워드 : 던전, 라이트노벨, 전생, 이세계, 악당 주인공, 하렘, 정쟁, 모략, 전쟁, 마왕, 이상성욕, 두뇌싸움, 정치, 고어

 

 

줄거리

용사 캐릭터 단 하나로 72인의 마왕을 물리쳐야하는 최악의 난이도를 가진 게임 '던전 어택'

 

던전어택 폐인이었던 주인공은 각고의 노력 끝에 최초로 히든 보스 '바알을' 쓰러뜨리는 업적을 달성한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로 생각되는 한 유저가 새로 개발된 게임 '던전 디펜스'의 베타테스터를 해보지 않겠냐 제안하는데

 

최신 게임을 가장 먼저 접해본다는 기쁨도 잠시

 

제안을 수락하자마자 그는 갑작스레 '던전 어택'의 세상에 서열 71위 최약체 마왕 단탈리안으로 소환되고 만다.

 

강력한 능력도 유능한 수하도 하나 없이 낯선 세상에 떨어진 그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바알조차 물리친 그의 세치 혀를 이용해서!

 

 

리뷰

(리뷰에 앞서 본 리뷰는 웹 연재본을 읽고 작성함을 밝힘.)

 

던전 디펜스는 여러 의미로 유명한 작품이다. 아마 그 명성의 절반 이상은 아마 표절 논란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아직도 절찬리에 이북이 판매되고 있던데, 관련 작품의 관계자와 합의가 끝난 건지 아니면 논란이 시간에 묻혀 잠잠해졌을 뿐인지는 작가와 출판 관계자만 알 것이다. 따라서 이번 리뷰에서 던전 디펜스가 어떤 부분을 어떻게 어느 정도 표절했고, 어떤 부분에서 소재를 따왔는지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글은 구글링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

 

던전 디펜스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성에 있다. 소설 자체가 사실상 소설의 근간이 캐릭터성에 있는 라이트노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던전디펜스에선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히로인이 다수 등장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장르소설들을 읽어왔지만, 던전디펜스 수준의 감정선을 그려내는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출판사와 편집자의 강요인지, 혹은 요즘 사회의 트렌드인지, 혹은 그도 아니면 로맨스 소설 쪽으로 재능 있는 작가들이 모두 전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웹소설판에서 장르소설로써의 재미도 챙김과 동시에 캐릭터의 섬세한 내면묘사까지 시도하는 그런 작가는 매우 희소해졌기 때문이다.

 

던전 디펜스에선 여러 히로인들이 등장하지만, 사실 나로서는 강철 같은 심장을 가진 주인공의 대적자에서 의존적 히로인으로 전락하는 '라우라 데 파르네세'의 존재가 글을 읽어나가는 큰 원동력 중 하나였다. 개인적인 취향도 있지만, 초반부 넘치는 분량 밀어주기에서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일종의 애정을 느낄 수도 있어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별다른 특별한 능력 없이 세치 혀와 모략만으로 차례차례 강력한 적들을 물리쳐나가는 주인공 단탈리안의 모습에서 마치 '하얀 늑대들' 에서와 같은 일종의 통쾌함도 느낄 수 있었으며, 바르바토스, 라피스, 이바르 같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히로인들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캐릭터성 외에도 사회주의, 주체사상 같은 사상적 개념을 판타지 세계에 들고 와 적극 활용한 점은 나름 참신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에서야 그렇게 특별한 설정도 아니며, 던전 디펜스 이전에도 판타지 세계에 넘어가 현대 사상을 퍼트리고 이용하는 작품들이 없다곤 할 수 없지만, 개중에선 브루노 평원의 연설과 같은 던전 디펜스의 연출이 가장 극적이고 인상깊었다. 물론 그 연설문이 마르크스의 공산단선언을 베껴온 것이긴 하지만...

 

하지만 이런 다양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에도 불구하고 중반부 이후 아침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복잡해지는 여러 히로인들의 관계와 질척해지는 전개 그리고 그 중간과정으로 전락한 쓸데없이 요란한 전투씬은 보는 나로 하여금 글을 읽음으로써 피로감만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애써 공들여 조형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아깝지 않을 수 없었다. 완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신적 피로함을 이길 수 없어 글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등장인물

· 단탈리안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회학과 대학생이었으나, 던전 어택에 빠져 게임 폐인이 되었다. 이후 비너스빤쓰라는 운영진과 접하게 된 것을 계기로 던전 디펜스 세계에 소환되고 만다. 게임 속 세상에 아무 준비 없이 떨어진 그는 어떠한 특별한 능력도 없이 오로지 뛰어난 언변과 지략만으로 적들을 물리쳐나간다.

 

· 엘리자베트 폰 합스부르크

인간 제국 합스부르크의 제3황녀. 뛰어난 무력, 혈통, 지략, 미모 모두를 갖춘 주인공의 최대 대적자. 

 

· 라우라 데 파르네세

본작의 메인 히로인.

이전작 던전 어택에선 엘리자베트와 함께 용사를 적대하는 인간계의 핵심 세력 브르타뉴 왕국의 군사이자 철혈의 여재상으로 활약하였다. 금발 벽안의 아름다운 외형에 뛰어난 지략가이지만, 가문의 사생아로 태어나 따돌림을 받았으며 가문이 전쟁에 패배하자 성노예로 전락한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본래 스토리에선 주인공에게 협력하지 않고 자살해 버리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단탈리안에게 설득당하고 합류하게 된다. 이우 단탈리안의 행보에 서서히 그에게 감화된다.

 

· 라피스 라즐리

단탈리안이 튜토리얼을 클리어 한 직후 거래창을 사용하자 소환된 악마. 인간과 서큐버스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천대받지만 노력 끝에 쿤쿠스카 상회에 5급 사무마까지 오르게 되었다. 몇 번의 거래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단탈리안은 라피스를 동료로 손아귀에 넣게 되며, 이후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이해자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한다.

 

· 이바르 로드브로크

쿤쿠스카 상회의 실질적 주인. 노신사의 몸으로 주로 활동하지만 본체는 금발의 꼬마소녀 모습으로 2천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진조 뱀파이어이다. 마왕들을 증오한다.

 

· 바르바토스

어둠 계열 마법을 사용하는 서열 8위의 마왕. 백발 금안의 12세 소녀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제 나이는 2천 살이 넘는다. 주인공의 언변과 능력에 호기심을 품고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 데이지

마왕의 숙적 용사.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용사가 없어지자 남성 캐릭터인 루크와 여성 캐릭터인 데이지 두 명이 생성되어 버렸다. 삭초제근을 목적으로 용사를 찾아낸 단탈리안은 그녀와 루크를 노예로 만들어버린다.

 

 

세계관 및 설정

· 서구 중세 시대 바탕의 판타지 세계관

오러를 쓰는 기사와 마법사, 마왕과 같은 이종족들을 제외하면 명칭만으론 중세 유럽 배경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단점

· 표절 논란

작품의 여러 개성이 표절 문제 단 하나로 묻혀버렸다. 장르 소설계가 사실 설정을 베끼는 관행이 업계 전반에 횡행하고 있어 찾아보면 준 표절작이라고 할 작품들은 널리고 널린 상태지만, 던전 디펜스는 문장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까지 있어 실드 치기가 힘들다.

 

· 과도한 선정성

애초에 성인용 작품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는 이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고어한 장면은 감안하더라도 성적으로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자극적인 요소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작가의 이상 성욕이 다소 반영된 듯하다. 

 

· 이해하기 힘든 주인공과 막장 전개

중반부 이후 주인공의 행동과 심리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호감도 100이 넘어간다고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주절대는 것은 뭐 개인의 가치관 차이라 쳐도,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는 글의 몰입도를 매우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이후 이런 비정상적 주인공의 행동양식에 따라 스토리 자체가 후반부로 갈수록 난잡하고 질척해진다. 이런 류의 스토리를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테지만, 적어도 나는 아닌 듯하다.

 

· 부실한 세계관과 설정

합스부르크같은 작명에서부터 세계관까지 통째로 유럽을 베이스로 가져 온 것은 넘어가더라도, 허술한 전쟁묘사는 작가가 설정과 세계관 조형에 그다지 공을 들일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 

 

 

총평

뛰어난 언변으로 매력적인 히로인들을 공략할 뿐인 스토리에 그쳤다면 최소한 조아라에선 불후의 명작으로 남았을 아쉬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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