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자

원제 : 전생자

작가 : 나민채

연재처 : 카카오페이지 등

출판사 : 드림북스

연재 기간 : 2017. 02. 29 ~ 2019. 08. 07 (완결)

키워드 : 레이드, 회귀, 현대 판타지, 경제, 종말, 던전, 먼치킨

 

 

줄거리

시작의 날, 세상은 무너졌다.

영웅이라고 불리는 자들은 있었지만, 진정한 영웅은 없었다.

시작의 날. 세상에 갑자기 나타난 비(非)과학적이고 초자연적 사건들 앞에 인류 문명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돈을 가진 자본가들은 그것을 기회로 이용하려 싸우고 능력을 가진 팔악팔선 역시 자신들끼리의 갈등으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더욱 최악으로 치닫게 만들어 버린다. 선과 악의 경계는 불분명해지고, 혼란만이 가득한 세상. 이제는 미지의 것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인류 내전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주인공인 선후는 팔악팔선을 괴롭힐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고작 거기까지. 모든 걸 바로잡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천문학적인 확률을 뚫고 시간 역행의 기회가 오는데…….

“1985년 2월 28일. 내가 태어났던 날로.”

철저히 무너져 버리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 그가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S급을 SS급으로 만들어 주는 사기 특성이다!

[ 역경자 (특성)

효과: 전투 불능 상태에 돌입하는 순간, 모든 능력치와 스킬의 등급이 한 등급씩 상승합니다. 또한 소폭의 부상 회복이 이뤄지며 지속 시간까지 고통을 잊습니다. ]

지속 시간과 재사용 대기 시간 등.

환장할 메시지들이 어머니의 얼굴을 가리며 나타났다.

 

 

Opinion

현대 판타지 소설에 경제파트를 접목시킨다는 발상은 사실 이전에도 무수히 시도되어 왔다. 다만 경영이나 투자와 같은 전문적인 부분을 서술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전문적 배경지식이 필수적인데, 대부분의 경우에 이 부분에서 허술함을 보여 글의 완성도를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그렇지 않으면 작가가 본인의 배경지식의 허술함이 드러나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서술이 제한되어 진정한 의미에서 '경제'물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또 그도 아니면 경제파트는 훌륭하지만 그 외의 부분이 허술해서 진정한 의미에서 대중성 있는 장르소설이라고 부르기 힘든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나민채의 '전생자'는 경제물이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대충 어느 선에서 경제파트를 깔짝이는게 아니라 무려 8권에 달하는 분량을 경제 파트에 할당한다. 중요한 점은 그 8권의 분량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솔직히 초반부를 읽으면서 현판을 기대하고 온 나로서는 '대체 언제부터 싸우지?' 든 것은 사실이나 그 생각을 무시하고 8권여 분량을 몰입도 있게 읽을 정도로 경제파트가 충분히 매력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돈을 버는데 파생상품 투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환차익, 아시아 금융위기, IMF, 로스차일드, 빌더버그 클럽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경제요소가 등장한다. 필자 또한 경영학도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그래도 평범한 사람보다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큰 허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작가의 준비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경제파트만 재미있었냐고 한다면 그것 또한 아니다. 스토리 중반부 즈음부터 시작되는 던전 공략, 레이드, 전투씬과 참신한 설정들은 그것들만 놓고 보았을 때도 충분히 개성있고 매력있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내공이 있는 만큼 기존에 쌓아온 필력을 바탕으로 칼을 갈고 작품을 하나 만든것으로 보인다.

 

 

등장인물

· 나선후 

주인공 나선후는 우연한 기회로 회귀를 하게 된다. 이후의 행보는 여타의 회귀 소설 주인공들과 다르지 않은데. 나선후의 특별함은 그 디테일에 있다. 이전에 월가의 금융인이었다는 설정을 살려서 주인공은 정말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미래를 안다는 점을 이용해 나선후는 대리투자를 통해 자본을 모으기 시작한다. 외환위기, 홍콩증시폭락, 닷컴버블 등등 굵직굵직한 사건에서 천문한적인 자본을 확보한 나선후는 진정한 세계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재계의 실력자들까지 차례차례 무너트려 나가는데, 그 과정이 매우 디테일하게 서술되어 독자들은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된다. 또한 경제파트에서만큼 던전공략에서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는데, 진정한 의미에서 '준비된 회귀자'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준다. 금력과 무력을 모두 갖춘 나선후는 이후 진정한 세계의 지배자적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 살아있는 캐릭터들

주, 조연들이 주인공의 스포트라이트를 위한 멍청한 NPC에 그치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로 묘사된 다. 일개 순박한 교사에서 우여곡절을 거치며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는 우연희, 투자파트너에서 진정한 동료로 거듭나는 조나단 헌터, 성격 좋은 아저씨이자 이혼남이며 아들사랑이 남다른 권성일, 결코 선하지 않은 양면성을 가진 시스템이란 존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설정 및 세계관

·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설정과 세계관

 사실 '전생자'의 경우에도 경제파트를 아무리 잘 쓰고 레이드 물을 아무리 좋은 필력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독창적인 세계관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소설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오리지널리티라는 측면에서 합격점을 충분히 줄만하다. 우선 던전이 그저 던전에 그치지 않고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애초에 던전이란 개념 자체가 현실적으로 파고들면 정말 허술한 점이 많은 그런 편의주의적 개념이다. 그 때문에 여타 양판소에서 이런 설정상의 허술함은 그냥 뭉개버리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던전이란 그저 사냥하고 돈 벌고 템줍고 렙업 하는 사냥터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전생자에서의 던전은 인계의 비경이자 외계 문명들의 침략 전초기지인 매우 위험한 곳으로 묘사된다. 스토리 후반부에서는 그 근원적 배경까지 복선으로 설명되는데, 이런 사소한 서술 하나하나가 작품의 작품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요소인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명품과 짝퉁의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고.

 

· 적절한 클리셰 비틀기

전생자는 의미 없이 반복되는 레이드 물에서 탈피하여 주인공이 세계의 비밀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며 멸망을 막기 위해 세계에 대해 탐구해 나가는 과정으로 묘사된다. 또한 스토리 중반부에서야 나오긴 하지만, 주인공은 이른바 '상태창'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현재의 시스템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된 주인공은 우여곡절을 통해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과 같은 다소 신선한 발상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게임판타지에서 비롯되어 현재 무분별하게 차용되는 이른바 '상태창 클리셰' 같은 설정에 대한 작가의 고심을 엿볼 수 있었다.

 

 

스토리 전개

경제파트가 초반부 8권 분량이나 할애된 것이 특징이다. 이 부분에서는 주로 경제관련 스토리가 주를 이루고, 이후 본격적으로 판타지 소설에 걸맞은 스토리가 진행된다.

 

 

히로인

나선후의 중학교 담임선생님(..)이었던 우연희가 히로인이다. 가족에 의해 정신병자로 몰릴 만큼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었지만 나선후의 존재를 통해 여러 가지 면에서 성장하여 통칭 '마리'라는 주인공의 파트너로 거듭나게 된다.

 

 

단점

· 개연성 오류

주인공은 무려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을 적으로 회귀한다. 출산을 통해 역경자라는 특성을 얻는 당위성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설정을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자궁 속의 아기가 의식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이후 당최 납득이 가지 않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무려 유년기라는 튜토리얼을 '스킵' 해버린다. 지구 멸망을 겪고 그렇게 고생고생을 해서 겨우 회귀를 해서 시간을 벌었는데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킵을 해버린다니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다. 작가가 어느 정도의 당위성을 부여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서 하차하는 독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느린 템포의 스토리 전개

개인적으로 박진감 넘친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경제파트 1부에 비해 2부에 들어서 흥미가 어느 정도 감소하게 되었다. 글의 길이 자체가 워낙 긴 편이기도 하고 또 서술이 자세한 편이라 중간중간 독자 입장에서 지루하다고 느껴질 만한 부분이 꽤 있다.

 

 

총평

경제소설과 현대 판타지가 적절하게 조합된 누구나 한 번쯤 재밌게 읽어볼 만한 작품으로 나민채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불릴만한 경제 판타지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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